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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간장게장 스며드는 것(안도현) 시를 읽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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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의 간장게장 스며드는 것이란 시를 읽고

여수를 여행하면서 여수 바다와 더불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먹거리입니다. 바닷가 근처에는 붕장어, 하모, 생선회, 딱새우 등 해산물이 넘쳐 납니다. 그리고 봉산동 근처로 가면 여수의 대표적 먹거리 게장집이 즐비합니다.

 

 

간장게장과 양념게장, 어느 것을 먹을까? 고민할 필요가 없는 곳입니다. 중국집에 가면 짬뽕이냐, 짜장면이냐 고민이 되지만, 여수에서는 게장정식을 주문하면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이 모두 반찬으로 나옵니다. 유명한 것은 돌게장입니다.

 

 

여수에서 간장게장을 먹고 있는데 생각나는 시가 있었습니다. 안도현 시인의 스며드는 것입니다.

 

 

 

 

 

 

 

 

 

 

 

스며드는 것(시인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중략>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안도현의 시를 읽고 나서 

몇 년 전 이 시를 읽고 나서 한 동안 간장게장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잔뜩 몸을 움츠리고 꽃게가 지키고 싶었던 알을 생각하니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라는 표현이 뇌리에 오래 남아서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시인은 꽃게를 게장으로 담그는 것을 지켜보며 이 시를 써내려 갔겠지요.

 

 

 

불 끄고 잘 시간이라는 꽃게 엄마의 말 한마디에 담긴 센스가 정말 놀랍습니다. 유쾌한 표현이다가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말입니다. 그래서 한 동안 간장게장을 먹지 못했습니다. 다시금 이 시를 떠올리니 지금부터 또다시 한 동안 간장게장을 먹지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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