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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엄마를 따라서 시장에 가면 푹 삭은 홍어를 파는 곳을 지날 때는 항상 코를 두 손으로 잡아야 했습니다. 그 냄새가 마치 썩은 쓰레기 같은 냄새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는 왜 항상 이곳을 지나가시는지..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쓰레기 냄새가 나는 홍어를 어른들은 맛있다고 했습니다. 어렸을 땐 어른들의 입 맛이 정말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홍어(시인 정일근)
먹고사는 일에 힘들어질 때
푹 삭힌 홍어를 먹고 싶다
값비싼 흑산 홍어가 아니면 어떠리
그냥 잘 삭힌 홍어를 먹고 싶다
신김치에 홍어 한 점 싸서 먹으면
지린 내음에 입안이 얼얼해지고
콧구멍 뻥뻥 뚫리는 즐거움을
나 혼자서라도 즐기고 싶다
그렇지. 막걸리도 한잔 마셔야지
-중략-
만만한게 홍어라고
내가 나를 향해 고함을 치면서
세상을 향해 삿대질을 하면서
크게 한번 취하고 싶다
정일근의 시, 홍어를 읽으며
성인이 되고 나서 먹은 홍어는 맛이 달랐습니다. 푹 삭힌 홍어가 아니라도 홍어 한 점을 수육 위에 올려서 먹으니 콤콤한 매력적인 맛이 입을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코로 나오는 삭은 냄새도 싫지 않았습니다. 한 점을 먹으니 또 한 점이 먹고 싶어 졌습니다. 수육 없이 홍어만 초장에 찍어서 먹으니 입 안에서 녹아내렸습니다. 어릴 적엔 그 냄새에 코를 잡았었는데 어른이 되니 홍어가 정말 맛있었습니다. 입 맛이 달라진 것일까요?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가 되니 홍어의 맛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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